강릉은 동해안의 대표적 관광도시이자 농업과 어업이 공존하는 생활권을 가진 곳이다. 그러나 화려한 관광객 유치 성과 뒤에는 점점 심화되는 물 부족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바다가 가까우니 물이 풍부하지 않을까’라는 대중적 인식과 달리, 강릉은 지형적·기후적 요인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가용할 수 있는 수자원이 크게 제한된다.
여기에 관광객 급증, 농업용수와 생활용수의 충돌, 기후변화라는 삼중고가 더해지면서 강릉은 안정적 물 공급망 구축이 절실한 상황에 놓였다.
최근 인근 도안댐 확보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강릉의 물 문제는 지역적 이슈를 넘어 국가 차원의 수자원 정책과도 연결되고 있다. 하지만 댐 확보가 곧바로 해답이 될 수는 없다.
환경 파괴, 농업 피해, 지역 간 이해관계 갈등이라는 난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따라서 강릉 물 위기 문제는 단순한 댐 확보 논의가 아니라 지역 협력, 과학적 수자원 관리, 제도 개선, 사회적 합의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시각이 필요하다.

강릉의 물 부족 구조적 원인
강릉은 연평균 강수량이 1,400mm 이상으로 전국 평균보다 많은 편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 비가 언제, 어떻게 내리느냐이다. 여름철 집중호우에 의존하는 강우 패턴은 수자원 관리에 불리하다. 짧은 기간 동안 폭우가 쏟아지고 대부분 하천을 따라 바다로 흘러나가며 저장되지 못한다.
또한 강릉은 해안도시 특성상 저수지를 대규모로 건설하기 어렵다. 산과 바다가 가까워 경사가 급해 물을 붙잡아둘 댐 부지 확보가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비는 많이 오지만 물은 부족한 역설적 상황’이 발생한다.
실제로 한국수자원공사(K-water)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강릉은 연간 강수량 대비 생활·농업용수로 활용 가능한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20% 이상 낮다. 이는 곧 가용 수자원 잠재력이 제약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관광객 증가와 일시적 수요 폭발
강릉은 2018년 KTX 경강선 개통 이후 관광객 수가 급증했다. 2017년 강릉 방문객은 연간 약 1,500만 명 수준이었으나, 2022년에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연간 2,000만 명을 넘어섰다.
관광객은 대부분 성수기와 주말에 몰리기 때문에 물 사용량이 특정 시기에 집중된다. 강릉시 상수도과 자료에 따르면 2023년 8월 첫째 주 여름 휴가철 하루 상수도 사용량은 평일 평균 13만 톤에서 18만 톤으로 급등했다. 이는 평시 대비 38% 증가한 수치다.
실제 사례로 2022년 여름, 경포 해변 인근 숙박업소들은 수돗물 압력이 떨어져 샤워기 사용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일부 펜션은 “세탁기를 하루에 돌리지 못해 시트 교체에 차질이 생겼다”고 밝혔다. 관광산업 경쟁력이 물 문제와 직결됨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농업 기반과 생활용수의 충돌
강릉은 농업도시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 주문진·사천 지역은 어업으로 유명하지만, 사천·성산·구정 등 내륙 지역은 배추, 무, 감자 등 고랭지 채소 주산지다. 농업은 생활용수보다 훨씬 많은 물을 필요로 한다.
문제는 가뭄이 닥칠 때 농업용수와 생활용수가 충돌한다는 점이다. 2021년 강릉 구정면의 한 농촌 마을에서는 저수지 수위가 50% 이하로 떨어져 농민들이 직접 하천에서 양수기를 이용해 물을 끌어다 썼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하류 주민들이 생활용수 부족을 호소하며 갈등이 발생했다.
농업과 생활, 두 축이 모두 강릉에 필수적이지만, 용수 배분 갈등은 사회적 긴장으로 이어지는 뇌관이 된다.
기후변화와 불확실성 심화
기후변화는 강릉의 물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최근 10년간 강릉의 기후 데이터에 따르면 강우일수는 줄었지만 강우 강도는 증가했다. 즉, 비가 올 때는 극단적으로 많이 오고, 오지 않을 때는 장기간 가뭄이 지속된다.
2019년 강릉은 40일 이상 강우가 없으면서 일부 지역이 제한급수를 논의했다. 반면 2020년에는 역대 최장 장마로 하루 200mm 이상 폭우가 쏟아져 하천이 범람했다. ‘물의 과잉과 부족’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중 위기는 안정적 관리 체계를 무력화시킨다.
유엔(UN)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기후변화가 동북아시아 수자원 불안정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강릉은 바로 그 취약지대 한가운데 있다.

도안댐 확보 논의의 배경과 잠재력
도안댐은 충청북도 단양군에 위치한 다목적 댐으로, 원래는 농업용수 공급 목적이었다. 그러나 저수 용량과 위치 특성상 강릉으로 연결 가능성이 논의되어왔다.
강릉시와 인근 지자체는 2021년부터 도안댐 생활용수 공동 활용 방안을 환경부와 협의했다. 실제로 충남 보령시는 보령댐을 활용해 서해안 가뭄에 대응했으며, 충주댐 역시 수도권 생활용수 일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유사하게 도안댐을 강릉 생활용수에 전환할 경우 안정적 공급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강릉시의 추정에 따르면 도안댐을 확보하면 하루 약 5만 톤의 추가 용수 공급이 가능하다. 이는 강릉 성수기 일일 사용량의 25~30%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댐 확보의 갈등 구조
하지만 도안댐 활용에는 단순히 물길을 바꾸는 것 이상의 문제가 있다.
첫째,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댐을 의존하던 농민들이 피해를 입는다.
둘째, 하류 생태계 교란이 불가피하다.
셋째, 정치적·행정적 이해관계도 얽힌다.
보령댐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2017년 보령댐 수위가 생활용수 중심으로 조정되자 농민들이 “논밭이 전멸했다”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정부는 뒤늦게 보상과 대체 용수 공급을 약속하며 갈등을 진정시켰다.
강릉이 도안댐을 활용하려면 보상 체계와 대체 수자원 마련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농민과 도시민 간의 갈등이 불가피하다.

해외 도시의 물 위기 교훈
세계의 여러 도시가 물 위기를 겪으며 다양한 대안을 도입해왔다.
-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은 2018년 ‘Day Zero’ 사태를 겪으며 하루 50리터 제한급수를 시행했다. 이 경험은 물 위기가 도시 기능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
- 호주 멜버른은 반복되는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해수 담수화 시설을 구축하고, 빗물 저장소를 확대했다. 덕분에 단일 댐 의존에서 벗어나 수자원 다변화에 성공했다.
- 싱가포르는 빗물 수집, 해수 담수화, 하수 재활용을 결합한 ‘NEWater 시스템’을 도입해 물 자급률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강릉은 이들 사례에서 다원화된 수자원 관리 체계의 필요성을 배워야 한다.
기술적 대안의 구체적 적용 가능성
강릉은 해안도시라는 특성을 살려 해수 담수화 시설을 도입할 수 있다. 울릉도는 이미 하루 1,000톤 규모 담수화 시설을 운영 중이고, 제주도도 비상 공급용으로 가동 중이다. 강릉 역시 1만 톤 규모 담수화 시설을 구축하면 성수기 부족분을 크게 완화할 수 있다.
빗물 활용도 중요한 대안이다. 도쿄는 빗물을 대규모로 저장해 화장실, 소방용수로 재활용한다. 강릉도 공공건물, 호텔, 리조트에 빗물 저장 탱크를 의무화하면 성수기 물 수요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
기술적 다변화 전략은 도안댐 의존도를 줄이고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

법적·제도적 개선과 거버넌스 구축
한국의 수자원 관리 체계는 부처 간 분산 구조로 인해 유연성이 부족하다. 농업용수는 농식품부, 생활용수는 환경부, 발전용수는 산업부가 각각 관할해 협력이 어렵다.
도안댐 확보 논의도 이 같은 제도적 한계에 가로막힌다. 농업용 댐이라는 법적 성격 때문에 생활용수 전환이 쉽지 않다. 따라서 통합 수자원 관리 법체계 개편이 절실하다.
또한, 지역 주민 참여형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주민 공청회와 설명회를 정례화하고, 피해 예상 농민들에게 합리적 보상책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만 갈등을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관리가 가능하다.
결론: 강릉의 미래는 물 위에서 결정된다
강릉의 물수요 부족은 단순히 불편한 생활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다. 관광객 급증, 농업 기반 유지, 기후변화라는 세 가지 요인이 겹쳐 복합적 문제를 만든다.
도안댐 확보는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댐 확보와 더불어 해수 담수화, 빗물 재활용, 제도 개선, 지역 협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물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도시 생존의 근간이며, 강릉의 미래 경쟁력은 결국 안정적 수자원 관리에 달려 있다.
참고문헌
- 강릉시 상수도과, 「강릉시 물 사용량 통계 및 수급 보고서」, 2023
- 환경부, 「기후변화와 한국의 수자원 관리 정책」, 2022
- UN Water, “World Water Development Report”, 2021
- 한국수자원공사(K-water), 「동해안 수자원 현황과 관리 전략」, 2022
- WMO, “State of Climate in Asia”,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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